2008년 02월 24일
숭례문 불타다
지나치게 뒷북인 것 같아 어색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사태여서 이렇게 늦게나마 글을 올립니다.
정말로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전 처음에 숭례문이 불탔다고 했을 때 별 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 또 큰 거 한건 터졌구나’하는 생각만 들 뿐이었지요. 제가 숭례문 근처에 살아서 유년기의 대부분을 숭례문에서 보냈기에 숭례문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애당초 남대문이 숭례문인지 흥인지문인지도 헷갈려 하는 바보 같은 인간이었으니까요(이번 방화사건 덕분에 확실히 외우긴 했습니다).
숭례문은 국보 1호, 즉 국가의 보물 중 으뜸가는 보물입니다. 근데 어차피 보물이라는 것도 재화의 일종이므로 극단적으로 재화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그것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겠죠. 다만 숭례문에 담긴 우리의 역사적 상징성과, 우리가 숭상해야 할 ‘禮’가 현대에선 어떠한 가치를 담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마저 소실되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지금 숭례문이 불탔다고 각종 언론에서, 행정부서에서 난리입니다. 이 난리 통에 국민들까지 합세하고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 저는 잠시 통탄스러운 마음과 끝없는 비방과 비난과 아우성을 멈추고, 잠깐 멈추어서 곰곰이 따져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요? 바로 자기 자신이지요.
터놓고 말해서, 여태껏 여러분들이 얼마나 숭례문에 관심을 쏟았습니까? 아마 저처럼 남대문이 흥인지문인지 숭례문인지 헷갈려 하는 분도 많으셨을 것이고, 심하면 국보 1호인지도 모르는 분들도 계셨을 테지요. 그리고 설령 숭례문에 대해 퍽 알고 있다 하더라도, 얼마나 숭례문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셨습니까? 비단 숭례문뿐만 아니더라도, 국가나 국토를 평소에 얼마나 사랑했고 그를 위한 기본적인 예의를 얼마나 지키셨습니까? 당신네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재를 방문했을 때, 아니 굳이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평소 길을 거닐면서 담배 펴서 꽁초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버리고, 침은 아무데나 뱉고, 쓰레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던지지 않으셨습니까?
당연하기 짝이 없는 매너도 지키지 않은 주제에 악어의 눈물이나 흘리고 있는 국민들을 보고 있노라니 눈꼴이 시립니다. 덧붙여 소외받고 있는 이들에게 따스한 눈길이나 손길 한 번 건네지 않은 이들도 원망스럽습니다. 꼭 뭔 일이 벌어져야만 난리법석을 떨지 말고, 일상에서 제대로 좀 합시다 그려.
# by | 2008/02/24 20:28 | 일상사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대한민국,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